아웅산 수지에 대한 급작스러운 쿠데타를 조직한 미얀마의 장군들은 이미 단말마의 고통에 처해있는, 미국의 지배하에 놓인 미얀마의 자유화에 대한 환상을 종식시켰다.
1월 31일 일요일, 미얀마의 국가고문인 아웅산 수지를 비롯해 아웅산 수지의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 (NLD) 소속 주요 장관과 당지도부 인사들이 체포되었다. 이에 따라 쿠데타는 아웅산 수지 정부의 부통령인 민 쉐 부통령이 발표했으며 이 발표에는 향후 1년간 비상 사태가 선언되고, 1년 후에 재선거가 시행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에 군부가 직접 작성한 헌법에 규정된 대로 모든 권력은 군부에 이양되었으며, 이러한 규정은 쿠데타를 가능하게 위한 것이었다. 미얀마 내 인터넷은 끊겼다가 다시 복구된 반면, 휴대 전화 서비스는 여전히 끊겨 있는 상태다. 결정적으로 새롭게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대부분이 아웅산 수지의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 소속으로, 우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회 개원 첫날이라는 이유로 모임을 갖는 것 역시 금지되었다.
이 쿠데타의 배후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혹시 군부에게는 굳이 쿠데타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군부는 2011년에 아웅산 수지에게 제한적인 권력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의 초안을 2008년에 작성했는데, 이는 미국이 배후에 있는 ‘색깔 혁명’에 전복되지 않고 서구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이다. 해당 헌법은 그들의 권력을 보장했고, 이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개정된 헌법은 2019년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아웅산 수지가 벌인 로힝야족 대량학살 사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만들 정도로 서방 세계로 하여금 아웅산 수지에게 ‘민주적’이라는 후광이 비치게 할 만큼 효과가 좋았다. 아웅산 수지는 ‘국민대통합’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군부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심지어 대학살에 대해 보도한 기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아웅산 수지는 군부와의 관계에 대해 ‘썩 나쁘지는 않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지금인가?
그렇다면, 왜 지금의 쿠데타는 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는가? 이는 그 어떤 관료라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꼭두각시들을 결국에는 제거해야만 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다. 아웅산 수지가 제아무리 이전에 자신을 투옥한 군부를 충실히 섬겼다고 하더라도, 아웅산 수지는 군부에 비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았고 합법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웅산 수지는 여전히 군부에게 부당한 억압을 받은 미얀마의 어머니로 인식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동맹이었다.
아웅산 수지와 군부간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규칙과 규정들은 아웅산 수지의 당과 아웅산 수지가 헌법을 개정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들의 두려움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3월, 아웅산 수지의 당은 아웅산 수지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는데, 이미 군부는 개정 헌법에서 아웅산 수지가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구체적으로 설계해뒀기 때문에 이는 군부에게 분명히 용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개정 헌법에는 아웅산 수지의 경우처럼, 자녀가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웅산 수지에서 내놓은 이 헌법 개정안은 군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특권으로 인해 기각되었다.
불과 몇 달 후인 11월에 총선이 계획되었기 때문에 작년에 개헌을 강행한 것도 전술적인 실책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아웅산 수지와 아웅산 수지의 당은 지난 선거에 비해 압도적인 득표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곧 아웅산 수지가 오랫동안 바라던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었고, 군부가 그러한 위험을 감지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웅산 수지의 승리는 이러한 동맹 관계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웅산 수지는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었고, 더 늦기 전에 군부는 이것을 막아야만 했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 군부는 아웅산 수지의 압도적인 선거 승리에 대해 부정 선거 혐의를 제기해왔다. 그들은 정부에 “연방선거관리위원회를 폐지하고 11월 8일 선거의 모든 표에 대해 군의 도움을 받아 재검표를 실시하며 새로운 의회의 개원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The Irrawaddy, 2021년 1월 29일)
쿠데타가 일어난 날짜가 새로운 의회의 개원하는 날짜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은 군부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사항에 대해서 매우 잘 말해주고 있다. 분명히, 군부는 그들의 권력과 특권을 축소시킬 수 있다면 그 어떤 개헌이라도, 그것이 강행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이러한 과정은 미얀마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향하는 ‘관리된 이행’이라는 이상향을 파괴했다. 10년전, 미얀마에 불어 닥친 변화는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에게 아주 어두운 세계에 대한 밝은 빛을 선사했는데 이는 그 미래가 여전히 미국이 지배하는 (미국식 용어로 한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위에 서있음을 밝히는 명백한 증거다. 이후 이어진 몇 년은 이러한 환상을 가진 이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었고, 일요일날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그야말로 그러한 환상에 대해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일각에서는 쿠데타의 배후가 중국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아웅산 수지를 비롯해 정권 내부의 인사들이 중국 진영에 상당히 많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쿠데타에 배후에 중국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1년전, 시진핑은 미얀마의 네피도에서 아웅산 수지를 만나 사회 기반 시설, 무역, 제조업과 관련한 33개 협정을 체결했다. 해당 협정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따라 중국이 회원국인 미얀마의 개발에 전액을 지불한다. 불과 몇 주 전 아웅산 수지 정부는 로힝야족 문제에 대하여 미얀마의 현 정권을 향한 지지를 약속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30만 도스 분량의 중국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지원을 확약 받았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 (현재는 퇴임)이자 아웅산 수지의 당 소속인 윈 민트는 미얀마가 대만, 티베트, 신장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만남에서, 오랫동안 계획되어 왔던 라카인 주(로힝야족 학살 지역)의 심해항과 관련해 ‘경제특구’를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정적으로 이로써 중국 의 무역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미 해군이 통제하는 말라카 해협을 우회할 수 있게 돼 이 지역에서 미 제국주의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지를 축출해낸 새로운 정권이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쿠데타가 계속해서 지속되는 경우) 이전보다 더 친중적일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쿠데타 이후에 미국과 중국에서 내놓은 논평은 각각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서방의 강대국들은 군부의 쿠데타를 비난했지만, 군부는 단지 쿠데타에 대해 ‘언급’ 했을 뿐, 새롭게 나설 정권을 이전 정권과 이간질하려고 들지 않으며 다만 아웅산 수지가 거듭 집권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거래를 다시 지속하기를 원할 뿐이다.
오바마 정부의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였던 대니얼 러셀은 “이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 측면에서도 엄청난 차질을 가하게 한다. 이번 쿠데타는 미얀마 지역에 대해 미국의 신뢰할 만한 그리고 지속적인 개입이 오랜 기간 부재했던 것이 반민주세력을 대담하게 해줬다는 점을 다시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디언, 2021년 2월 1일)
오래전에 트로츠키가 설명한 바와 같이, 진보적 부르주아 계급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본주의와 더불어 모든 종류의 착취와 빈곤을 유지하려는 욕망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아웅산 수지가 직접 언급한 바에 따르자면 본인은 구 정권을 완전히 쓸어버리는 성격의 혁명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나라를 뒤엎는 혹은 뒤엎을 수 있는 혁명을 독려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인내하되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는 것이 아웅산 수지가 언급한 내용이다.
아웅산 수지의 인내심은 그 어떠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작년의 기사에서 언급했듯 아웅산 수지는 “군사 정권을 지지함으로써, 군부는 본인이 원하는 (최소한의) 민주적인 개혁에 대해 기꺼이 이를 허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군부가 결코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을 위협할 민주적 개혁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분명한 탓에 이러한 자유주의적인 경로는 그 자체로 대중을 기만하려는 지배계급의 공모 시도일 뿐임을 드러낸다. 군부의 권력을 제거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나라를 뒤집어 놓을' 그런 혁명을 통해서다.
반격을 준비하다
자유주의적 접근법의 비겁함은 앞서 언급한 혁명에 대한 두려움과 대중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기반 위에 존재한다. 아웅산 수지와 아웅산 수지가 속한 정당은 부르주아적 자유주의자들일 뿐이며, 이에 따라서 ‘자유 시장’이 더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정권을 점진적으로 개혁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태도는 현재 상황에서도 만나 볼 수 있는데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 (NLD) 대변인은 “우리는 국민들에게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고 국민들도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 라고 밝힌 바 있다. 군사 정권에 의해 면밀하게 초안이 작성된 그 신성한 법 덕분에 군부가 작금의 쿠데타를 손 쉽게 조직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웅산 수지의 자유가 위태롭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웅산 수지가 쿠데타에 저항하는 일종의 대중 운동이나 봉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에서 아웅산 수지가 현재 쿠데타에 대한 항의와 저항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아웅산 수지를 비롯한 민주주의민족동맹의 당 지도부들이 미얀마에서 벌어진 군사 쿠데타로 인해 구금되었다. 앞서 아웅산 수지는 폭력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방글라데시로 떠난 로힝야족 무슬림에 대한 인종 청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해 많은 인권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Aung San Suu Kyi and several leaders from her party were detained in a military coup in Myanmar.
— AJ+ (@ajplus) February 1, 2021
Suu Kyi was previously criticized by human rights groups for denying that ethnic cleansing is taking place against Rohingya Muslims who have fled to Bangladesh to escape violence. pic.twitter.com/4ZcUxQhvs5
군부에 대한 증오심은 보다 더 많은 대중들 사이에서 명백 해져가고 있으며, 지난 11월의 선거가 보여줬듯이 아웅산 수지의 인기는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다. 현재는, 선진 노동조합, 전투적인 학생회 그리고 소수의 급진적인 세력이 반군부 운동에 대중들을 조직하려고 있다. 예를 들어, 군사 쿠데타에 저항하는 의료계 노동자들의 운동이 존재한다. 의료계 노동자들은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웅산 수지에 의해 처음부터 제안된 저항운동은 스스로의 삶을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이 있으며 아웅산 수지가 가지고 있는 조심스럽고 자본주의적인 의제들을, 항상 훨씬 뛰어 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청년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웅산 수지를 뛰어넘는 급진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1988년 항쟁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민 코 나잉을 새롭게 대중들을 결집시킬 지도자격으로 세우려는 일부 인사들을 비롯해 현 시기에도 나타난다. “최고 구세주”가 없다는 생각 역시 청년학생들 사이에서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군부의 수뇌부들이 이 부분에서는 심각한 오판을 했을 수도 있는데, 수도승들을 비롯해 공식적으로 군부의 후원을 받는 극우 세력들, 지식인들을 동원해 쿠데타 지지 시위를 벌였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은 대중들을 분노하게 하고 더욱 더 밀어붙이게 역할만 하는 이른바 “반혁명의 채찍”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웅산 수지에 대한 인기가 여전히 강한 반면 그에 비해 처참한 군부의 인기와 터무니없이 부족한 그들의 정당성을 고려한다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그러나 그러한 시위는 형식적으로, 대중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할 뿐이다. 즉, 수백만 명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들, 노동자들, 그리고 농민들이 자본주의에 까지는 관심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얀마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향한 순조로운 관리적 전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얀마의 미래는 대중 투쟁과 격변 가운데 하나다. 미얀마의 대중들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진정한 방법으로서 오로지 그들 자신만 바라보며 사회주의 사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탈린주의라는 거대한 과거의 유물로 인해 미얀마의 전통적 좌파는 미얀마 지배 계급에도 일종의 진보적인 계파가 존재하며 대중 운동의 역할은, 보다 공공연하게 반동적인 계파로부터 그들을 방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러한 사고는 미얀마의 좌파가 진정으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저지하고, 노동자와 농민들이 본인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저지한다. 일하는 사람들의 독자적인 대중 정당이 필요한 이유다.
맑스주의자들은 군사쿠데타에 반대하고, 모든 종류의 민주적 권리를 옹호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현재의 쿠데타가 말해주듯이 그러한 권리는 쉽사리 파괴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계속되는 군사 통치의 위협에 대해 진정한 종언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낳는 체제, 특권층의 지배, 자본가와 지주의 지배를 없애고 노동자가 결정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한 요구는 미얀마에서의 투쟁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 것이다.
이 글에 쓰여진 일부 정보는 미얀마의 동지들에 의해 제공되었습니다.